스팅어와 함께 떠난 와인딩 코스 탐방기
운전을 즐기기에 제격인 계절, 고성능과 편안함을 아우른 스팅어와 함께 국내 유명 와인딩 코스를 찾았다. 모든 게 완벽히 어우러진 여정을 소개한다.
운전의 즐거움을 찾는 이들에게 늦가을, 초겨울 만큼 좋은 계절은 없다. 더위가 한풀 꺾인 덕분에 차가 받는 스트레스가 적기 때문이다. 기온이 높으면 엔진, 변속기, 냉각 계통, 타이어 등 자동차가 받는 부담은 심해진다. 물론, 지금보다 더 추워져도 곤란하다. 노면이 얼면 타이어 접지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흥겹게 운전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 그래서 고성능과 편안함을 아우른 기아자동차의 그란 투리스모(Grand Turismo, 이하 GT) 스팅어와 함께 강원도로 떠났다.
스팅어를 동반자로 삼은 이유는 간단하다. 370마력의 넉넉한 최고출력에서 비롯된 여유와 재미 때문이다. 짜릿함과 안정감을 동시에 선사하는 후륜구동 기반의 사륜구동 시스템과 3.3ℓ V6 트윈터보 엔진이 내뿜는 52.0kg·m의 강력한 토크는 좌우로 굽이치는 산길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장거리 여정을 빠르고 편하게 달릴 수 있는 넉넉한 파워트레인, 강원도 고갯길을 짜릿하게 달릴 수 있는 탄탄한 기본기 등 스팅어만큼 이번 여정에 잘 어울리는 차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엔 와인딩 명소가 많다. 서울에서 가까워 인기가 좋은 경기도 양평 중미산도 있지만, 좀 더 지방으로 눈을 돌리면 충북 영동 도마령, 경남 의령 자굴산로, 경남 함양 지안재 등 자동차 마니아를 설레게 하는 고갯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팅어와 함께 향한 곳은 강원도 춘천 근방의 ‘느랏재’와 험준한 산세와 호수를 따라 달릴 수 있는 ‘소양호로’ 두 곳이다. 느랏재는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2시간 안에 닿기 때문에 와인딩 주행을 즐기는 이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느랏재 정상의 전망대 쉼터를 1차 목적지로 잡고 고속도로에 올랐다. 평일의 한적한 고속도로는 스팅어의 고속 주행 성능을 체험하기에 알맞았다. 스팅어는 무게 중심이 낮고 휠베이스(2,905mm)가 길어 고속 안정성이 뛰어나다. 스트로크가 짧은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네 바퀴를 바닥에 꾹꾹 누르며 탄탄한 승차감과 더불어 묵직한 안정감을 더한다.
인상적이었던 건 나파 가죽으로 감싼 버킷 스타일의 시트였다. 허벅지와 옆구리를 든든하게 감싸 스포츠카를 타는 듯한 감성을 전달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돌리면 볼스터가 옆구리를 더 단단하게 잡아주기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경주차의 버킷 시트처럼 딱딱하고 불편한 건 아니었다. 부드러운 재질과 탄탄한 쿠션감을 함께 지닌 스팅어의 시트는 긴 여정에서도 안락함을 유지했다.
느랏재 코스는 춘천IC에서 빠져나와 북쪽으로 7km가량 달린 뒤, 동면IC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면 나오는 56번 국도를 뜻한다. 길 이름은 '가락재로'로, 해발고도 450m에 이르는 느랏재와 가락재를 넘어 동홍천IC까지 연결된 약 30km의 구간이다.
와인딩 주행에 앞서 안전을 위해 각종 오일과 냉각수, 타이어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스팅어의 타이어(19인치 휠)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다. 적정 공기압(36psi)을 확인하고 정상까지 사뿐히 달리며 코스와 노면 상태도 체크했다. 즐겁고 안전한 와인딩 주행을 위해 꼭 거쳐야 할 과정이다.
느랏재는 노면이 매우 깨끗한 편이고 오가는 차도 거의 없다. 춘천에서 느랏재 전망대 쉼터까지 오르는 길은 완만하게 휘어지는 코너가 주를 이루고, 정상의 느랏재 터널을 지난 뒤 이어지는 내리막길은 좌우로 가파르게 꺾이는 좁은 코너로 구성돼 있다. 한마디로 오르막길에선 속도를 즐길 수 있고, 내리막길에선 차를 더 세심하게 다루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복합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굽이진 산길을 달릴 때는 감속과 방향 전환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운전대를 완만하게 돌리는 것이 좋다. 흔히 말하는 ‘아웃-인-아웃’과 같이 코너 진입 전엔 약간 바깥쪽으로 붙었다가 코너 안쪽의 정점을 지나 다시 바깥쪽으로 나오는 게 안정적이다. 물론 서킷 주행과는 달리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의도한 라인을 따라 달리려면 다음 코너의 방향과 각도를 함께 살펴봐야 하며, 코너에 들어가기 전에 충분히 속도를 줄이고 탈출할 때 점진적으로 가속해야 한다.
코너 중간에선 가속하지 않는 게 좋다. 의도했던 궤적이 틀어질 뿐만 아니라, 스팅어와 같은 후륜구동 기반의 모델은 차체 뒷부분이 바깥쪽으로 미끄러지는 오버스티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스팅어는 출력이 높고, M-LSD(기계식 차동 제한 장치)도 갖춰 의도적으로 드리프트를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도로에서 이런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운전자의 안전은 물론 다른 차의 안전도 생각해야 한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스티어링 휠이 묵직해지고 가속 페달이 한결 민감해지며 변속 타이밍도 뒤쪽으로 밀린다. 정확한 조작과 빠른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낮은 엔진회전수부터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터보 엔진 덕분에 오르막길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운전자 입맛대로 엔진을 다룰 수 있는 패들시프트도 있으니 수동 변속기에 대한 아쉬움도 크지 않다.
몇 번의 주행으로 코스를 익히고 난 후, 스포츠 모드에서 ESC(차체 자세 제어 장치)를 해제해봤다. 알게 모르게 안전한 주행을 도와주던 전자장비를 끈 것이다. 하지만 코너 중간에서 일부러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움직임에는 큰 변화가 없다. 영리한 사륜구동 시스템 덕분이다. 네 바퀴를 단단히 옭아매고 있는 사륜구동 시스템은 구동력을 적절하게 분배하며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상황을 최소화했다.
소양호로 코스는 강원도 양구군에 자리한 소양강 꼬부랑길 전망대 쉼터부터 춘천 북동쪽에 위치한 추곡약수터 초입까지 이어지는 약 17km의 구간을 뜻한다. 고갯길에서 벗어난 뒤 동홍천IC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인제 방면으로 달리다가 양구로 방향을 트니 경치 좋은 국도가 나왔다. 연달아 굽이치는 길을 달리는 짜릿함도 좋지만, 가을 분위기가 만연한 강원도의 풍광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달리는 것도 지금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사실 소양호로에서도 경치를 즐기며 느긋하게 달릴 생각이었다. 호수를 바로 옆에 끼고 있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착각이라는 걸 금세 깨달았다. 고저 차가 크진 않지만 길이 좁은 왕복 2차로인데다, 전방 상황 파악이 힘든 블라인드 코너가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군데군데 낙엽이 쌓여있고, 길가의 덤불이 차로로 넘어온 곳도 있었다. 집중해서 차를 섬세하게 다뤄야 하다보니 한 번 왕복에도 체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하지만 이런 도로 특성 덕분에 몰랐던 스팅어의 장점을 알게 되었다. 스팅어는 전장 4,830mm, 전폭 1,870mm로 해당 세그먼트에서 꽤 큰 차에 속한다. 그런데 운전할 때만큼은 큰 차라는 느낌이 없었다. 스티어링 감각이 명확하고 운전자의 의도대로 충분한 힘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노면 반응을 일관적으로 전달하는 스티어링 휠 덕분에 타이어의 접지 변화도 파악하기 쉬웠다. 아울러 앞 4P, 뒤 2P 캘리퍼로 구성된 브렘보 브레이크 시스템의 진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팅어의 브레이크는 잦은 급제동에서도 지치는 법이 없었다.
스팅어의 매력은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컸다. 곧게 뻗은 길을 달릴 때는 빠르고 편안한 그란 투리스모의 면모를 보여줬고, 와인딩 주행 때는 탄탄한 기본기에서 비롯된 짜릿한 운전 재미를 선사했다. 울긋불긋 물든 늦가을의 강원도 드라이빙. 스팅어의 팔방미인과 같은 면모가 이번 여정을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기사 출처 : HMG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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