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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s

모하비, 더 높은 곳으로

by 이응주 2019. 11. 18.

모하비, 더 높은 곳으로

하늘을 날고 싶다면, 먼저 높은 곳을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물론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어쩌면 생물학적으로 내재된 본능일지도 모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었던 사람, 이카루스(Icarus)에 대한 이야기는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오랜 욕망을 투영하고 있죠. 이카루스는 오랜 세월 동안 주워 모은 새의 깃털로 날개를 만들어 하늘을 날아오르는데 성공합니다

 

 

 

어릴 적 읽었던 비행의 신화는 성년이 된 저를 패러글라이딩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낙하산 하나에 의지해 맨몸으로 하늘을 활공하는 패러글라이딩은 수천 년 전 이카루스가 본능적으로 갈망하던 비행의 욕구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으니까요.

 

 

 

패러글라이딩을 하려면 날개를 펼치고 바람을 타기에 적당한 높은 곳에 올라야 합니다. 하늘을 비행하기 전에 우선 산길의 험난한 오프로드를 정복해야만 한다는 뜻이죠. 해발 860m의 활공장까지 가는 여정은 30분이 채 안되는 짧은 거리지만 아무에게나 길을 열어주지는 않습니다. 좁고 험한 오프로드를 30분 내내 달려야 하기 때문에 정통 오프로더 SUV의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이를테면 보디 온 프레임(Body on Frame) 구조, 로 기어(Low Gear)를 갖춘 4륜 구동 시스템, 디퍼렌셜 록(Differential Lock) 같은 기능들 말이죠.

 

 

 

모하비는 오프로드에 강합니다. 4륜 구동, 로 기어, 디퍼렌셜 록 같은 오프로더의 기본적인 구성 외에도 다양한 상황의 오프로드에 최적화된 터레인 모드까지 갖추고 있어 활공장까지 끝없이 펼쳐지는 험로를 막힘없이 오를 수 있으니까요. 비가 내린 뒤 질척이는 진흙탕이나 눈이 덮여 미끄러운 오프로드 환경에서도 망설임 없이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러 갈 수 있게 됐다는 뜻이죠.

 

 

 

흙먼지를 일으키며 정상을 향해 달리는 것은 패러글라이딩의 또 다른 묘미입니다. 단풍이 절정에 이른 가을 풍경이 더더욱 이 길을 달리게끔 부추깁니다. 때로는 내가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오프로드를 달리는 것인지,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해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것인지 스스로 헷갈릴 정도로 말이죠.

 

 

 

불규칙한 노면은 달리는 내내 차를 얌전히 놔두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쉴 새 없이 흔들리는 차의 자세를 바로잡느라 스티어링 휠을 쥔 손에는 저절로 잔뜩 힘이 들어가게 되죠. 그러나 이 과정이 결코 불쾌하지 않습니다. 단단한 프레임, 새로이 개선한 스티어링 시스템과 서스펜션은 오프로드 특유의 거친 매력을 고스란히 전달하면서도 그걸 스트레스로 연결 짓는 법이 없으니까요.

 

 

 

이따금씩 등장하는 물웅덩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런 길이 더 없을까 두리번거리게 될 때도 있어요. 마치 어릴 때 물장난을 하던 어린아이의 심정이 된 것처럼 말이죠.

 

 

 

때마침 단풍이 절정에 이르렀네요. 이따금씩 속도를 늦춰 자박자박 흙길을 걷듯 조용히 달려보기도 합니다. 흙먼지가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가릴까 싶어 천천히, 천천히 달리는 거죠.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을 정신없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기엔 너무 미안한 일이니까요. 기왕이면 창문도 열고 달려보기로 하죠. 시원한 산세의 기운과 내음을 느끼며 풍경에 파묻히듯 달려보는 겁니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는 정상 부근에 다다르면 단풍 대신 넓은 억새밭이 펼쳐집니다. 황량함과 쓸쓸함의 이미지를 지녔지만, 늦가을의 억새를 본다면 누구라도 생각이 달라지게 될걸요. 봄과 여름 내내 무뚝뚝한 모습으로 있던 억새는 늦가을이 되어서야 단풍들과 함께 어울려 꽃을 피우기 때문이죠. 단풍숲을 지나 펼쳐진 억새의 군집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곧 하늘에서 바라볼 때의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지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킵니다.

 

 

 

그리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전 이 순간이 좋습니다. 패러글라이딩을 위한 여정은 이때를 기점으로 전혀 다른 느낌으로 바뀌게 되거든요.

 

 

 

달려온 오프로드는 아름답지만 험난하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고 나면 어느 것에도 방해받지 않는 여유로움의 극치를 누리게 되죠. 더 험하게, 더 힘차게 달려보라며 저를 부추기던 모하비도 이곳에 다다르는 순간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제 쉬라며 어깨를 내어주는 편안한 쉼터가 되어줍니다.

 

 

 

차에서 내리면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모습의 모하비가 보입니다. 리어램프 사이에 굵직하게 새겨진 MOHAVE라는 글자가 흙먼지와 묘하게 어울리더군요. 모하비라는 이름은 최고 기술로 빚어낸 SUV의 최강자 'Majesty Of Hightech Active Vehicle'의 줄임말입니다. 동시에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품고 있는 모하비(Mojave) 사막에서 유래된 이름이기도 하죠. 그러니 흙을 잔뜩 뒤집어쓴 모습이 오히려 더 어울린다 느꼈던 건 애초에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몰라요.

 

 

 

이제 하늘로 날아오를 차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데 필요한 준비물은 간소합니다. 패러글라이딩의 날개 역할을 하는 기체와, 몸을 기체에 고정하는 하네스, 그리고 바람으로부터 몸을 지켜줄 슈트와 신발, 헬멧이면 되죠.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지금은 커다란 날개를 들어올려줄 약간의 바람만이 필요한 전부입니다.

 

 

 

바람을 맞으며 몇 발자국 움직이자 거대한 기체가 날개를 펼칩니다. 날개가 제대로 펼쳐진 것을 확인했다면, 망설일 필요 없습니다. 언덕 아래를 향해 몇 걸음만 달리면 돼요. 그다음부턴 바람이 자연스럽게 저를 하늘로 이끌어주거든요. 이 순간을 경험하고부터 저는 용기를 내는 방법을 깨우쳤어요. 인생에서 망설이며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 필요한 것은 그저 몇 걸음을 옮길 용기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말이죠.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어 줄지도 몰라요.

 

 

 

이카루스의 꿈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 신화는 현실의 내 것이 되어 짜릿한 환희가 됩니다. 이 순간은 몇 번을 겪어도 짜릿합니다. 온몸을 휘감는 묵직한 공기의 흐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풍경은 저를 또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만들죠.

 

 

 

사실 패러글라이딩은 역동적인 레포츠가 아닙니다. 패러글라이딩의 평균시속은 20∼40km/h 정도이고, 드넓은 하늘에서 이 속도는 더욱 느리게 느껴지죠. 느린 속도로 유유히 하늘을 비행하며 혼자만의 사색을 즐기게 되면서 인생이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으로부터 분리된 넓고 파란 하늘 속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때의 여유로움이 어느 순간 세상이 아닌 내 삶을 향하게 되거든요.

 

 

 

신화에 이끌려 시작하게 된 패러글라이딩은 인생에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험난한 여정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아름다움, 정상에 올랐을 때의 여유,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한 용기, 누구도 닿지 못한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느끼게 되는 환희의 감정 같은 것들 말이죠. 여러분도 떠나보세요. 굳이 패러글라이딩이 아니어도 좋아요.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무엇인가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시작한다면 그것에서부터 이미 여러분의 인생은 특별해진 것일 테니까요.

 

사진. 류장헌
모델. 한준희

 

기사 출처 : HMG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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