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벨로스터 N이 미국 로드 앤 트랙(Road&Track, 이하 R&T)이 선정한 ‘2020 올해의 퍼포먼스카’에 올랐다. 몸값이 10배 이상 비싼 슈퍼카들을 따돌리고 얻은 결과라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1월 4일, 미국 유명 자동차 전문지인 R&T가 2020 올해의 퍼포먼스카(2020 Performance Car of the Year, 이하 PCOTY)에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N을 선정했다. R&T가 7년째 개최하고 있는 PCOTY는 작고 날쌘 고성능차부터 수억 원을 호가하는 슈퍼 스포츠카까지 한데 모여 성능을 치열하게 겨루는 장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올해는 평균 가격 15만 달러에 달하는 총 11대의 자동차가 PCOTY의 무대에 올랐는데, 이 중 상대적으로 가격이 가장 낮은(3만 430달러) 벨로스터 N에 영광이 주어졌다. 참고로 2020 PCOTY의 가장 비싼 후보는 맥라렌 600LT 스파이더(33만2,120달러)로, 벨로스터 N보다 10배 가까이 비싸다.
R&T는 1947년 6월 미국에서 창간한 자동차 전문 잡지다.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각종 특집 기사는 물론, 공도와 트랙에서 전문적인 테스트를 진행하며 신차의 성능을 꼼꼼히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고성능차와 스포츠카로 운전의 짜릿한 즐거움을 탐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R&T의 이런 뚜렷한 성격은 미국 최대의 매거진 그룹인 허스트(Hearst)에 속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허스트는 미국의 다른 유력 자동차 전문지인 카앤드라이버(Car and Driver)도 소유하고 있다.
R&T는 2013년부터 PCOTY를 진행하고 있다. PCOTY는 여느 자동차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차와 달리 상품성, 합리성, 실용성, 친환경성 등을 따지지 않는다. 그해 출시된 신차 중 빠르고 다루기 즐거우면서 특별한 개성과 매력까지 갖춘 차를 가장 높게 평가한다. 물론 가격도 중요한 요소다. R&T가 PCOTY에 부가티, 코닉세그, 파가니, 리막과 같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한정판 하이퍼카를 초대하지 않는 이유다. 지금까지 PCOTY에서 정상에 오른 차만 살펴봐도 R&T의 선정 기준을 가늠할 수 있다.
올해는 총 11대의 스포츠카가 PCOTY의 무대에 올랐다. 절반 이상이 전통적인 스포츠카다. 가격과 성능도 천차만별이다. 10만 달러(약 1억1,500만 원)를 넘는 모델이 6대, 400마력 이상의 괴물 같은 출력을 내뿜는 차들은 8대에 달한다.
2020 PCOTY에 참가한 차종 모두 올해 미국에 새로 출시했거나 성능 업그레이드를 거친 신차들이다. 포르쉐는 스포츠카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8세대 신형 911을 내보냈고, 쉐보레는 과감히 미드십 구조를 택한 8세대 신형 콜벳을 올렸다. 17년 만에 부활한 도요타 수프라도 눈길을 끌었다. 새로 나온 신형 수프라는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PCOTY를 수상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자동차 전문가들은 예측했었다. 게다가 신형 콜벳은 홈그라운드의 이점과 함께 뛰어난 성능으로 역시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R&T의 편집장 트래비스 오컬스키(Travis Okulski)는 PCOTY의 우승자 선정 기준을 명확히 밝혔다. “일단 PCOTY는 빠른 속도와 테스트 결과도 중요하지만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능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일반 도로를 합법적으로 달릴 수 있는 차만 참가할 수 있다. 또한 단지 빠른 속도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운전자와 자동차가 교감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다른 자동차 제조사가 가질 수 없는 감성과 특별한 이야기, 독특한 개성을 지닌 차여야 한다.”
R&T는 2020 PCOTY 우승자를 가리기 위해 레이스 트랙과 일반 도로를 오가며 성능을 꼼꼼히 살폈다. 10개 코너로 이뤄진 캘리포니아 썬더힐 레이스웨이 파크의 3.21km 트랙을 이틀 동안 달리며 성능을 시험한 뒤, 6대를 추려 일반 도로에서 다시 한번 테스트를 치렀다. 이전까지는 트랙 테스트를 나중에 치렀으나, 올해는 안전한 환경에서 한계 성능을 먼저 파악한 뒤 일반 도로에서 좀 더 꼼꼼히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R&T는 트랙에서 출전 차량의 랩타임을 계측하고 트랙 주행 능력을 평가했다. 테스트의 공정성을 위해 썬더힐 레이스웨이 파크를 달려본 경험이 없는 편집장 트래비스 오컬스키가 트랙 테스트를 맡았다. 테스트 환경이 완벽한 건 아니었다. 낮 최고 기온이 42℃에 달해 수시로 엔진을 식혀야 했다. 벨로스터 N은 이곳에서 1분 31초 44의 랩타임을 기록했다. 11대 중 10위인 기록이다. 400마력이 훌쩍 넘는 스포츠카들과 맞붙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벨로스터 N은 빠른 랩타임만을 위해 개발된 차가 아니다. 벨로스터 N은 일상과 트랙 어디서든 운전의 순수한 즐거움을 일깨워준다는 N 브랜드의 철학에 따라 태어난 모델이다.
이는 구독자 92만 명의 유튜브 자동차 채널 더스모킹타이어(TheSmokingTire)를 운영하는 매트 파라(Matt Farah)의 코멘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R&T의 외부 필자이기도 한 그는 PCOTY 평가단의 일원으로 썬더힐 레이스웨이 파크에서 벨로스터 N을 타며 “벨로스터 N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차 중 하나예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영상을 통해 벨로스터 N을 이렇게 평가했다. “벨로스터 N은 테스트에 참가한 차 중 두 번째로 가벼워요. 그리고 정말 빠르죠. 클러치는 다루기 쉽고 가벼우며, 브레이크 감각도 민첩하고 훌륭해요. N 코너 카빙 디퍼렌셜 덕분에 커브를 돌아나가는 중간에서 균형감이 좋고 일찍 가속할 수 있어요. 코너를 탈출할 때 자연스럽게 힘을 내고 더 강하게 몰아붙이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파워 슬라이드가 발생하면서 원하는 위치로 차를 옮길 수 있어요. 트랙 위를 마치 춤추듯 달릴 수 있죠. 벨로스터 N은 지금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공격적이고 흥미로운 핫 해치예요. 레이스 트랙을 처음 달려보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권할 만한 차입니다. 절대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R&T 에디터 브라이언 실베스트로(Brian Silvestro)는 벨로스터 N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마음대로 움직이는 ‘트랙용 장난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전륜구동차라면 자연스럽게 코너 바깥으로 밀려 나가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발생하지만, 벨로스터 N은 운전자가 차를 갖고 놀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실베스트로의 말에 따르면, R&T 에디터들은 훨씬 비싼 차를 시승한 뒤에도 다시 벨로스터 N을 타보기 위해 돌아왔다고 한다.
트랙 테스트를 마친 에디터들은 맥라렌 600LT, 현대차 벨로스터 N, 포르쉐 911 카레라 S, 쉐보레 콜벳 스팅레이, 마쯔다 MX-5 RF 클럽, 로터스 에보라 GT를 가지고 일반 도로로 나섰다. 11대 중 6대가 남은 것이다. 캘리포니아 윌로우즈(Willows)에서 시작해 타호 호수(Tahoe Lake) 근처의 도너 패스(Donner Pass)까지 이어지는 약 300km의 공도 코스는 고속도로와 수백 미터 높이의 협곡을 휘감는 와인딩 도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6대의 스포츠카를 번갈아 타며 고속 안정성과 승차감, 핸들링 및 제동 성능 등을 살폈다.
엄격한 기준에 따른 평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맥라렌 600LT 스파이더는 무지막지하게 빠르고 강력하지만, 일반인이 타기엔 어렵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쉐보레 콜벳 스팅레이는 포르쉐 911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을 만큼 훌륭하나 미드십인 탓에 실내가 좁았다. 게다가 시승차의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문제를 보였다. 포르쉐 911 카레라 S는 여전히 스포츠카의 아이콘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세대교체를 거치면서 뒷좌석이 너무 커져 파나메라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었다.
로터스 에보라 GT는 출시된 지 오래된 탓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하지만 명료한 주행 감각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마쯔다 MX-5 RF 클럽은 가볍고 빠르지만 힘이 부족한 4기통 엔진과 운전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수동변속기, 안전장치를 제대로 설치하기 어려운 접이식 하드톱 등이 단점으로 꼽혔다.
R&T는 일주일 간 진행한 PCOTY 테스트에서 유일한 전륜구동 모델이자 오직 수동변속기만 갖춘 벨로스터 N만이 거의 모든 에디터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R&T 선임 에디터 잭 보우만(Zach Bowman)은 벨로스터 N이 PCOTY에 참가한 대부분의 스포츠카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벨로스터 N의 시작 가격이 2만8,000달러가 채 안 되기에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을뿐더러 가격 이상의 능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잭 보우만이 2020 PCOTY 특집 기사 말미에 남긴 내용을 마지막으로 살펴보자.
“어떤 전륜구동차도 벨로스터 N처럼 멋지게 움직이지 않아요. N 모드 버튼을 누르면 조용하고 편안한 데일리카에서 섹시한 핫 해치로 바뀌고 쉐보레 콜벳 스팅레이보다 멋진 배기음을 쏟아내죠. 운전할 때마다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고, 영웅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쉐보레 콜벳이나 포르쉐 911같은 상징적인 스포츠카는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계속 나올 거예요. 하지만 벨로스터 N은 고성능차를 만들 이유가 없는 현대차가 만든 모델이죠. 오로지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만을 위해 태어난 벨로스터 N이 R&T의 2020 PCOTY에 선정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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